원선오 신부 일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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■ 아프리카 케냐 원선오 빈첸초 도나티(Vincenzo Donati)

[편집자 주] 아래 글은 1996년에 기록된 것으로, 거의 30년 전의 글입니다. 현재의 발전된 수단(SUDAN) 나라의 사정과는 너무 다르지만, 당시에 기록된 글을 그대로 옮깁니다..

글 : 원선오 신부(아프리카에서 보내주신 편지)

해골처럼 된 그 조그만 아이의 시체가 관도 없이 사막 한 벌판 구덩이 안에 묻혔을 때, 내 심장의 고동이 멈춰진 것만 같았다. 죽은 아이, '나쿠아'의 아버지는 눈물 어린 눈으로 그 장면을 바라보고 있었다. "내 아들아! 나쿠아야! 어린 몸으로 얼마나 크나큰 고통을 당했니! "
  
난민촌의 의사는 나쿠아를 폐결핵 환자가 누워있는 천막으로 보냈지만 사실상 이 아이가 무슨 병으로 앓고 있는지 아는 사람은 아무도 없었다. 그 조그마한 몸은 뼈와 피부밖에 없었다. 더러운 담요 위에 알몸으로 누워서 그림자처럼 자기 몸 위에 왔다 갔다 하는 파리를 쫓아낼 힘조차 없었다. 그 곁에 늘 있던 아버지는 아무런 표정 없이 아들을 지켜보곤 할 뿐이었다. 

어느 날 푸른 색깔의 바지를 사주었는데 나쿠아는 무척이나 좋아했다. 나는 매일 이 아이를 문병했지만 말이 통하지 않아 머리만 가볍게 쓰다듬어 줄 뿐이었다. 나쿠아는 그 크고 새까만 눈으로 나를 쳐다보고 '라반과 레문(우유와 오렌지)'을 간구하곤 했다. 마지막 날에 나쿠아는 내 어깨 위에 작은 머리를 기대고 조용히 있었다. 우우와 오렌지를 생각하지 않고 나의 사랑만을 청하고 있었던가. 그리고 내가 그를 가볍게 쓰다듬어도 울지 않았다. 나쿠아가 죽자마자 파헤친 모래에 그 작은 놈이 던져졌다. 
  
나쿠아의 작은 몸 위에 모래 한 삽 가득, 또 한 살 가득이 던져지고 나쿠아의 다리만 드러나다가 마침내 모래는 아이의 몸을 완전히 덮었다. 부족의 관습대로 아버지는 무덤 위에 아이의 초라한 유품을 두었다. 컵으로 사용했던 깡통, 숟가락, 그리고 아직 새 것인 그 푸른 바지 위로 사막의 먼지 바람이 불고 있었다. '며칠 후면 모래 먼지가 무명의 무덤을 덮어버리고 마침내는 무덤의 자취마저 없어지고 이이의 기억도 지워질 것이다' 라고 생각하며 울었다. 

  
● 원선오 신부의 주소 
 아프리카 케냐 나이로비 살레시오 수도회

(수단 공화국에 계시다가 건강상 그곳을 
떠나 케냐 나이로비에 계신다고 하므로,
'살레시오 수도회'에 한번 더 문의해 주시기 바랍니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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